소년이 온다
한강 저
말라파르테 문학상, 만해문학상 수상작 우리 시대의 소설 『소년이 온다』 2014년 만해문학상, 2017년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수상하고 전세계 20여개국에 번역 출간되며 세계를 사로잡은 우리 시대의 소설 『소년이 온다』. 이 작품은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에게 “눈을 뗄 수 없...
1.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동기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으로 한강 작가에게 관심이 생기면서부터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책을 펼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친구의 한마디였죠. “이 책을 읽고 너무 울었어.” 그 짧은 권유는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다룬 책이 아닌, 날것의 감정을 마주하게 될 거라는 기대감을 안겨주었습니다.
2. 책의 구성과 간단한 내용
『소년이 온다』는 총 6장과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 장마다 다른 인물과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이는 마치 사건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진들을 모아놓은 앨범처럼 느껴집니다.
- 1장: 주인공 동호에게 '너'라고 부르는 2인칭 시점으로, 비극의 시작을 집단적 기억으로 구성합니다.
- 2장: 죽은 정대의 혼이 직접 말하는 1인칭 시점입니다. 증언조차 할 수 없었던 '망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작가 스스로도 집필 중 가장 고통스러워했던 부분입니다.
- 3장: 출판사 직원 은숙의 3인칭 이야기로, 생존자들이 겪는 트라우마와 무력감을 담담히 보여줍니다.
- 4장: '나'의 시점에서 사건을 기록하며, 작가 자신이 어린 시절 마주했던 사진첩 속 의문들을 따라갑니다.
- 5장: 성 고문 피해자 선주의 시점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이 어떻게 짓밟혔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 6장 + 에필로그: 동호 어머니와 작가의 회상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며, 비극의 상흔이 현재진행형임을 강조합니다.
이 소설은 모든 인물을 한 공간에 모아 사건을 시작하는 '빅뱅' 방식의 서사를 택한 후, 개인의 상처로 파편화되는 구조를 취합니다. 이로 인해 독자는 비극의 전체를 조망하는 동시에, 각 개인의 고통에 깊이 몰입하게 됩니다.
3. 책에 담긴 내용과 그 가치에 대한 평가
작가는 직접 5·18을 겪지 않았지만, 어린 시절 보았던 사진첩 속 참혹한 시신들과 헌혈을 위해 길게 줄 서 있던 시민들의 모습에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느꼈다고 합니다. 인간은 이토록 폭력적이면서도 동시에 희생을 감수하고 서로를 도우려는 존재라는 이 양립 불가능한 의문이 바로 이 소설을 쓰게 된 동기였습니다.
특히 '망자의 목소리'를 등장시킨 이유는 증언할 수 없었던 실종자들의 존재를 기억하기 위함입니다. 작가는 그들의 목소리가 있어야만 비극의 증언이 완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죠. 제목 역시 항쟁 마지막 날 돌아가신 박용준 야학교사의 일기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하느님… 양심이라는 것이 있어서… 살고 싶습니다." 이 문장은 소년 동호의 이미지와 겹쳐졌고, 넋으로 우리에게 걸어오는 소년을 상상하며 이 제목을 붙였다고 합니다.
이 소설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비극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생존자들의 고통에 주목합니다. 작가는 5·18 생존자들의 높은 자살률을 언급하며 그들의 고통이 끝나지 않았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인 "죽지 말아요"는 그들에게 전하는 절박한 위로이자,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4. 책을 통해 나타난 나의 변화된 모습
이 책을 읽기 전, 저는 5·18을 학교 역사 시간에 배우는 '잔혹한 사건'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사건의 표면을 넘어, 인간의 존엄과 폭력이 교차하는 지점을 생생하게 느끼게 했습니다. "베트남에서 더 많이 죽여봤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며 자신의 행동에 죄의식조차 없던 군인들의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런 군인들과 달리 끝까지 총을 쏘지 않고 시민들을 지키려 했던 항쟁 지도부의 모습은 저에게 깊은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가 누군가의 잔인함이 아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 했던 숭고한 선택 덕분이었음을 깨닫게 해줬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5·18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반드시 기억해야 할 우리의 역사임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5. 누가 이 책을 읽으면 좋을지, 왜 다른 사람이 이 책을 선택해야 하는지
단순한 역사 소설을 넘어, 인간의 존엄, 기억, 트라우마, 그리고 윤리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은 학교 역사 시간에도 다루는 중요한 사건이지만, 이 책은 그 사건의 본질을 단순히 지식으로 아는 것을 넘어 가슴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마음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버거울 수 있지만,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이기에 모두가 한 번쯤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이 소설은 우리 시대의 양심과 존엄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 인상 깊은 문장 | |
| 17p |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는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게 아니라는 듯이. |
| 57p | 썩어가는 내 옆구리를 생각해. 거길 관통한 총알을 생각해. 처음엔 차디찬 몽둥이 같았던 그것, 순식간에 뱃속을 휘젓는 불덩이가 된 그것, 그게 반대편 옆구리에 만들어놓은, 내 모든 따듯한 피를 흘러나가게 한 구멍을 생각해. 그걸 쏘아보낸 총구를 생각해. 차디찬 방아쇠를 생각해. 그걸 당긴 따뜻한 손가락을 생각해. 나를 조준한 눈을 생각해. 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 |
| 69p | 어떻게 분수대에서 물이 나옵니까. 무슨 축제라고 물이 나옵니까. 얼마나 됐다고, 어떻게 벌써 그럴 수 있습니까. |
| 99p |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
| 102p |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네가 방수 모포에 싸여 청소차에 실려간 뒤에. 용서할 수 없는 물줄기가 번쩍이며 분수대에서 뿜어져나온 뒤에. 어디서나 사원의 불빛이 타고 있었다. 봄에 피는 꽃들 속에 눈송이들 속에. 날마다 찾아오는 저녁들 속에. 다 쓴 음료수 병에 네가 꽂은 양초 불꽃들이. |
| 167p | 몸을 증오하게 되었다고, 모든 따뜻함과 지극한 사랑을 스스로 부숴뜨리며 도망쳤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더 추운 곳, 더 안전한 곳으로. 오직 살아남기 위하여. |
| 184p | 그 아그가 기회를 봐서 제 발로 나올라는 것이여...... 분명히 나한테 약속을 했단게. 사방이 너무 캄캄해서 내가 그렇게 말을 했다이. 금방이라도 어둠속에서 군인들이 나타날 것 같아서 그렇게 말을 햇다이. 이라다가 남은 아들까장 잃어버릴 것 같아서 그렇게 말을 했다이. 그렇게 너를 영영 잃어버렸다이. 내 손으로 느이 작은형 팔을 끌고, 내 발로 돌아서서 집으로 갔다이. 모두 다 죽어버린 것맨이로 캄캄한 거리를, 사십분을 둘이 울면서 걸어 돌아갔다이. 인자 나는 암것도 알 수 없어야. 겂이 나서 얼굴이 파랗게 굳어 있던 시민굴들, 어리디어리던 그 자석들도 죽었으까이. 그리 허망하게 죽을 것을, 외 끝가장 나를 안 들여보내줬으까이. |
'책(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 [Book_3] 회색인간 (0) | 2025.02.09 |
|---|---|
| [Book_2] 아주 작은 습관의 힘 (0) | 2025.01.21 |
| [Book_1] 오은영의 화해 (0) | 2023.04.12 |